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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시인/천상병57

한 떨기 구름 - 천상병 한 떨기 구름 - 천상병 삼월 사월 그리고 오월의 신록 어디서 와서 달은 뜨는가 별은 밤마다 나를 보던가.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있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2025. 2. 6.
푸른 것만이 아니다 - 천상병 푸른 것만이 아니다 - 천상병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외로움에 가슴 조일 때   하염없이 잎이 떨어져오고   들에 나가 팔을 벌리면   보일 듯이 안 보일 듯이 흐르는 2025. 2. 6.
어두운 밤에 - 천상병 어두운 밤에 - 천상병수만년 전부터전해내려온 하늘에하나, 둘, 셋, 별이 흐른다.할아버지도아이도다 지나갔으나한 청년이 있어 시를 쓰다가 잠든 밤에. 2024. 10. 12.
무명 - 천상병 무명 - 천상병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저녁놀이 져가는 것이었다.  그 시간과 밤을 보면서  나는 그때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봄도 가고  어제도 오늘 이 순간에도  빨가니 타서 아, 스러지는 놀빛  저기 저 하늘을 깎아서  하루 빨리 내가  나의 무명을 적어야 할 까닭을  나는 알려고 한다.  나는 알려고 한다. 2024. 10. 12.
갈대 - 천상병 갈대 - 천상병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2024. 10. 12.
다음 - 천상병 다음 - 천상병  멀잖아 북악에서 바람이 불고  눈을 날리며, 겨울이 온다.  그날, 눈 오는 날에  하얗게 덮인 서울의 거리를  나는 봄이 그리워서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어도  나에게는 언제나  이러한 "다음"이 있었다.  이 새벽, 이 "다음".  이 절대한 불가항력을  나는 내 것이라 생각한다.  이윽고, 내일  나의 느린 걸음은  불보다도 더 뜨거운 것으로 변하여  나의 희망은  노도보다도 바다의 전부보다도  더 무거운 무게를 이 세계에 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다음"은  눈 오는 날의 서울 거리는  나의 세계의 바다로 가는 길이다. 2024. 10. 10.
약속 - 천상병 약속 - 천상병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톳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2024. 10. 10.
갈매기 - 천상병 갈매기 - 천상병  그대로의 그리움이  갈매기로 하여금  구름이 되게 하였다.  기꺼운 듯  푸른 바다의 이름으로  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보내어  이제 파도도  빛나는 가슴도  그름을 따라 먼 나라로 흘렀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날아오르는 자랑이었다.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2024. 10. 10.
피리 - 천상병 피리 - 천상병  피리를 가졌으면 한다  달은 가지 않고  달빛은 교교히 바람만 더불고  벌레소리도 죽은 이 밤  내 마음의 슬픈 가락에 울리어오는  아! 피리는 어느 곳에 있는가  옛날에는  달 보신다고 다락에선 커다란 잔치  피리 부는 악관이 피리를 불면  고운 궁녀들 춤을 추었던  나도 그 피리를 가졌으면 한다  볼 수가 없다면은  만져라도 보고 싶은  이 밤  그 피리는 어느 곳에 있는가. 2024. 10. 9.
넋 - 천상병 넋 - 천상병   넋이 있느냐 라는 것은  내가 있느냐 없느냐고 묻는 거나 같다.  산을 보면서 산이 없다고 하겠느냐?  나의 넋이여  마음껏 발동해다오.  내 몸의 모든 움직임은,  바로 내 넋의 가면이다.  비 오는 날 내가 다소 우울해지면  그것은 즉 넋이 우울하다는 것이다.  내 넋을 전세계로 해방하여  내 넋을 널찍하게 발동케 하고 싶다. 2024. 10. 9.
김관식의 입관 - 천상병 김관식의 입관 - 천상병  심통한 바람과 구름이었을 게다. 네 길잡이는  고단한 이 땅에 슬슬 와서는  한다는 일이  가슴에서는 숱한 구슬  입에서는 독한 먼지  터지게  토해놓고,  오늘은 별일 없다는 듯이  싸구려 관 속에  삼베옷 걸치고  또 슬슬 들어간다.  우리가 두려웠던 것은  네 구슬이 아니라  독한 먼지였다.  좌충우돌의 미학은  너로 말미암아 비롯하고  드디어 끝난다.  구슬도 먼지도 못되는  점잖은 친구들아  이제는 당하지 않을 것이니  되려 기뻐해다오  김관식의 가을 바람 이는 이 입관을. 2024. 10. 9.
진혼가 - 천상병 진혼가 - 천상병저쪽 죽음의 섬에는 내 청춘의 무덤도 있다. (니체)  태고적 고요가  바다를 딛고 있는  그곳.  안개 자욱히  석유불처럼 흐르는  그곳.  인적 없고  후미진  그곳.  새 무덤  물결에 씻긴다. 2024.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