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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시인/천상병

다음 - 천상병

by 풍문(風文) 2024. 10. 10.

다음 - 천상병

  멀잖아 북악에서 바람이 불고
  눈을 날리며, 겨울이 온다.

  그날, 눈 오는 날에
  하얗게 덮인 서울의 거리를
  나는 봄이 그리워서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어도
  나에게는 언제나
  이러한 "다음"이 있었다.
  이 새벽, 이 "다음".
  이 절대한 불가항력을
  나는 내 것이라 생각한다.

  이윽고, 내일
  나의 느린 걸음은
  불보다도 더 뜨거운 것으로 변하여
  나의 희망은
  노도보다도 바다의 전부보다도
  더 무거운 무게를 이 세계에 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다음"은
  눈 오는 날의 서울 거리는
  나의 세계의 바다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