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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시인/김수영95

사랑 - 김수영 사랑 - 김수영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않는사랑을 배웠다 너로해서그러나 너의 얼굴은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그 刹那에 꺼졌다 살아났다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번개처럼번개처럼금이 간 너의 얼굴은 2025. 4. 24.
눈 - 김수영 눈 - 김수영요 詩人이제 抵抗詩는妨害로소이다이제 영원히抵抗詩는妨害로소이다저 펄펄내리는눈송이를 보시오저 山허리를돌아서너무나도 좋아서하늘을묶는허리띠 모양으로맴을 도는눈송이를 보시오요 詩人勇敢한 詩人~소용 없소이다山너머 民衆이라고山너머 民衆이라고하여둡시다民衆은 영원히 앞서 있소이다웃음이 나오더라도눈 내리는 날에는손을 묶고 가만히앉아계시오서울서議政府로뚫린國道에눈 내리는 날에는「삑」차도찦차도파발이 다 된시골 빠스도맥을 못 추고맴을 도는 판이니답답하더라도답답하더라도요 詩人가만히 계시오民衆은 영원히 앞서 있소이다요 詩人勇敢한 錯誤야그대의 抵抗은 無用抵抗詩는 더욱 無用莫大한妨害로소이다까딱 마시오 손 하나 몸 하나까닥 마시오눈 오는 것만 지키고 계시오……. 2025. 4. 15.
永田鉉次郞 (영전현차랑) - 김수영 永田鉉次郞 (영전현차랑) - 김수영 모두 별안간에 가만히 있었다 씹었던 불고기를 문 채로 가만히 있었다 아니 그것은 불고기가 아니라 돌이었을지도 모른다 神은 곧잘 이런 장난을 잘한다 (그리 흥겨운 밤의 일도 아니었는데) 사실은 일본에 가는 친구의 잔치에서 伊藤忠商事(이토츄상사)의 신문광고 이야기가 나오고 國境(국경)노 마찌 이야기가 나오다가 以北으로 갔다는 永田鉉次郞 이야기가 나왔다 아니 金永吉이 이야기가 나왔다가 들어간 때이다 내가 長門이라는 女歌手도 같이 갔느냐고 농으로 물어보려는데 누가 벌써 재빨리 말꼬리를 돌렸다. 神은 곧잘 이런 꾸지람을 잘한다 2025. 4. 3.
그 방을 생각하며 -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 - 김수영革命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없이 메말랐다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四肢(사지)일까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革命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狂氣―失望의 가벼움을 財産으로 삼을 줄 안다이 가벼움 혹시나 歷史일지도 모르는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財産으로 삼았다革命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意志의 殘滓 대신에다시 쓰디쓴 냄새만 되살아났지만방을 잃고 落書를 잃.. 2025. 4. 2.
허튼소리 - 김수영 허튼소리 - 김수영 조그마한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힘은 손톱 끝의 때나 다름 없고 時間은 나의 뒤의 그림자이니까 거리에서는 고개 숙이고 걸음걷고 집에 가면 말도 나즈막한 소리로 걸어 그래도 정 허튼소리가 필요하거든 나는 대한민국에서는 제일이지만 以北에 가면야 꼬래비지요 2025. 2. 12.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 - 김수영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 - 김수영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 눈을 깜짝거린다世界는 그러한 無數한 間斷오오 사랑이 追放(추방)을 당하는 時間이 바로 이때이다내가 나의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눈을 가늘게 뜨고 山이 있거든 불러보라나의 머리는 管樂器처럼宇宙의 안개를 빨아올리다 만다 2025. 2. 12.
中庸(중용)에 대하여 - 김수영 中庸(중용)에 대하여 - 김수영 그러나 나는 오늘아침의 때묻은 革命(혁명)을 위해서 어차피 한마디 할 말이 있다 이것을 나는 나의 日記帖(일기체)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中庸은 여기에는 없다 (나는 여기에서 다시한번 熟考(숙고)한다 鷄舍(계사)건너 新築家屋(신축가옥)에서 망치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쏘비에트에는 있다 (鷄舍 안에서 우는 알 겯는 닭소리를 듣다가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담배를 피워물지 않으면 아니된다) 여기에 있는 것은 中庸이 아니라 踏步(답보)다 죽은 平和다 懶惰(나태)다 無爲다 (但 「中庸이 아니라」의 다음에 「反動이다」라는 말은 지워져있다 끝으로 「모두 適當(적당)히 假面(가면)을 쓰고 있다」라는 한 줄도 빼어놓기로 한다) 담배를 피워물지 않으면 아니된다고 하였지만 나는 사실은 담배를 피울.. 2025. 2. 11.
가다오 나가다오 - 김수영 가다오 나가다오 - 김수영 이유는 없다~ 나가다오 너희들 다 나가다오 너희들 미국인과 소련인을 하루바삐 나가다오 말갛게 행주질한 비어홀의 카운터에 돈을 거둬들인 카운터 위에 적막이 오듯이 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 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는 것은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고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고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는 석양에 비쳐 눈부신 카운터같기도 한 것이니 이유는 없다~ 가다오 너희들의 고장으로 소박하게 가다오 너희들 미국인과 소려인은 하루바삐 가다오 미국인과 소련인은 [나가다오]의 [가다오]의 차이가 있을 뿐 말갛게 개인 글 모르는 백성들의 마음에는 [미국인]과 [소련인]도 똑같은 놈들 가다오 가다오 [사월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는 것은 잿님이할아버지가 상.. 2025. 2. 11.
거미잡이 - 김수영 거미잡이 - 김수영 폴리호태풍이 일기 시작하는 여름밤에 아내가 마루에서 거미를 잡고 있는 꼴이 우습다 하나 죽이고 둘 죽이고 넷 죽이고 .......... 야 고만 죽여라 고만 죽여 나는 오늘아침에 서약한 게 있다니까 남편은 어제의 남편이 아니라니까 정말 어제의 네 남편이 아니라니까 2025. 2. 10.
나는 아리조나 카보이야 - 김수영 나는 아리조나 카보이야 - 김수영야 손들어 나는 아리조나 카보이야빵! 빵! 빵!키크야! 너는 저놈을 쏘아라빵! 빵! 빵! 빵!짜키야! 너는 빨리 말을 달려저기 돈보따리를 들고 달아나는 놈을 잡아라쬰! 너는 저 산위에 올라가 망을 보아라메리야 너는 내 뒤를 따라와이놈들이 다 이성망이 부하들이다한데다 묶어놔라야 이놈들아 고갤숙여너희놈 손에 돌아가신 우리 형님들무덤 앞에 절을 구천육백삼십만번만 해나는 아리조나 카보이야두목! 나머지 놈들 다 잡아왔습니다아홍찐구놈도 섞여있구나너 이놈 정동 재판소에서 언제 달아나왔으냐 깟땜!오냐 그놈드을 물에다 거꾸로 박아놓아라쨈보야 너는 이성망이 놈을 빨리 잡아오너라여기 떡갈나무 잎이 있는데 이것을 가지고 가서하와이 영사한테 보여라그리고 돌아올 때는 구름을 타고 오너라내가 구름운.. 2025. 2. 10.
晩時之歎(만시지탄)은 있지만 - 김수영 晩時之歎(만시지탄)은 있지만 - 김수영 룻소의 [民約論]을 다 정독하여도 집권당에 아부하지 말라는 말은 없는데 민주당이 제일인 세상에서는 민주당에 붙고 혁신당이 제일인 세상이 되면 혁신당에 붙으면 되지 않는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제이공화국 이후의 정치의 철칙이 아니라고 하는가 여보게나 나이 사십을 어디로 먹었나 8.15를 6.25를 4.19를 뒈지지 않고 살아왔으면 알겠지 대한민국에서는 공산당만이 아니면 사람따위는 기천명쯤 죽여보아도 까딱도 없거든 데칼트의 [방법서설]을 다 읽어보았지 아부에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일세 만사에 여유가 있어야 하지만 위대한 [개헌]의 헌법에 발을 맞추어가자면 여유가 있어야지 불안을 불안으로 딴죽을 걸어서 퀘지게 할 수 있지 불안이란 놈 지게작대기보다도 .. 2025. 2. 7.
푸른 하늘을 - 김수영 푸른 하늘을 -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飛翔(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2025.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