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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시인/김수영71

가옥찬가(家屋讚歌) - 김수영 가옥찬가(家屋讚歌) - 김수영무더운 자연 속에서검은 손과 발에 마구 상처를 입고 와서병든 사자처럼벌거벗고 지내는나는 여름석간에 폭풍예보를 보고배를 타고가는 사람을습성에서가 아니라 염려하고삼년전에 심은 버드나무의 악마같은그림자가 뿜는 아우성소리를 들으며집과 문명을 새삼스럽게즐거워하고 또 비판한다하얗게 마른마루틈 사이에서들어오는 바람에서느끼는 투지와 애정은 젊다자연을 보지 않고 자연을 사랑하라목가가 여기 있다고 외쳐라폭풍의 목가가 여기 있다고 외쳐라목사여 정치가여 상인이여 노동자여실직자여 방랑자여그리고 나와같은 집없는 걸인이여집이 여기 있다고 외쳐라하얗게 마른 마루틈 사이에서검은 바람이 들어온다고 외쳐라너의 머리 위에너의 몸을 반쯤 가려주는 길고멋진 양철 채양이 있다고 외쳐라 2024. 10. 21.
조고마한 세상의 智慧(지혜) - 김수영 조고마한 세상의 智慧(지혜) - 김수영조고마한 세상의 지혜를 배운다는 것은 설운 일이다그것은 내일이 되면 포탄이 되어서輝煌(휘황)하게 날아가야 할 지혜이기 때문이다원한이 솟는 가슴속에서 발사되는 포탄은 어두운 하늘을 날아간다빛이 없는 둥근 하늘에서는검은 포탄의 꾸부러진 곡성이정신의 주변보다 더 간지러웁고계곡을 스쳐서 돌아가는악마의 안막같은강물을 향하여지극히 정확한 각도로 날아가는포탄이행복의 파편과 영광과 열도로써목적을 이루게 되기 전에승패의 차이를 계산할 줄 아는포단의 이성이여[너의 자결과 같은 맹렬한 자유가 여기있다] ~~~~~~~~~~~~~~~~~~~~~~~~~~~~~~~~~~~~~~~~~~~~~~~~~ 2024. 10. 18.
死靈(사령) - 김수영 死靈(사령) - 김수영......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나의 영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벗이여그대의 말을 고개숙이고 듣는 것이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마음에 들지 않어라모두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이 황혼도 저 돌벽아래 잡초도담장의 푸른 페인트빛도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도행동이 죽음에서 나오는이 욕된 교외에서는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아래에서간간이자유를 말하는데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 2024. 10. 17.
달밤 - 김수영 달밤 - 김수영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밤거리를 방황할 필요가 없고착잡한 머리에 책을 집어들 필요가 없고마지막으로 몽상을 거듭하기도 피곤해진 밤에는시골에 사는 나는-달밝은 밤을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이제 꿈을 다시 꿀 필요가 없게 되었나보다나는 커단 서른아홉살의 중턱에 서서서슴지않고 꿈을 버린다피로를 알게 되는 것은 과연 슬픈 일이다밤이여 밤이여 피로한 밤이여 2024. 10. 16.
生活(생활) - 김수영 生活(생활) - 김수영시장거리의 먼지나는 길옆의좌판 위에 쌓인 호콩 마마콩의 멍석의호콩 마마콩이 어쩌면 저렇게 많은지나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모든 것을 제압하는 생활 속의애정처럼솟아오른 놈(유년의 기적을 잃어버리고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나)여편네와 아들놈을 데리고낙오자처럼 걸어가면서나는 자꾸 허허......웃는다무위와 생활의 극점을 돌아서나는 또하나의 생황의 좁은 골목 속으로들어서며서이골목이라고 생각하고 무릎을 친다생활은 고절이며비애이었다그처럼 나는 조용히 미쳐간다조용히 조용히...... 2024. 10. 16.
謀利輩(모리배) - 김수영 謀利輩(모리배) - 김수영언어는 나의 가슴에 있다나는 모리배들한테서언어의 단련을 받는다그들은 나의 팔을 지배하고 나의밥을 지배하고 나의 욕심을 지배한다그래서 나는 우둔한 그들을 사랑한다나는 그들을 생각하면서 하이덱거를읽고 또 그들을 사랑한다생활과 언어가 이렇게까지 나에게밀접해진 일은 없다언어는 원래가 유치한 것이다나도 그렇게 유치하게 되었다그러니까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아아 모리배여 모리배여나의 화신이여 2024. 10. 16.
자장가 - 김수영 자장가 - 김수영아가야 아가야열발구락이 다 나와있네엄마가만들어준 빨간 양말에서아가야 아가야기저귀 위에는 나이롱종이가지 감겨져 있네엄마는 바지가 젖는 것이 무서웁단다아가야 아가야돌도 아니된 너는 머리도 한 번 깎지를 않고엄마는너를 보고 되놈이라고 부르지아가야 아가야네 모양이 우스워서 노래르 부르자니엄마는 하필 국민학교놈의 국어공책을 집어주지 2024. 10. 15.
동맥(冬麥) - 김수영 동맥(冬麥) - 김수영내 몸은 아파서태양에 비틀거린다내몸은 아파서태양에 비틀거린다믿는 것이있기 때문이다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광선의 미립자와 분말이 너무도 시들하다(압박해주고 싶다)뒤집어진 세상의 저쪽에서는나는 비틀거리지도 않고 타락도 안했으리라그러나 이 눈망울을 휘덮는 싯퍼런작열의 의미가 밟허지기까지는나는 여기에 있겠다햇빛에는 겨울보리에 삭이 트고강아지는 낑낑거리고골짜기들은 평화롭지 않으냐-평화의 의지를 말하고 있지 않으냐울고 간 새와울러 올 새의적막 사이에서 2024. 10. 15.
밤 - 김수영 밤 - 김수영부정한 마음아밤이 밤의 창을 때리는구나너는 이런 밤을 무수한 거부 속에 헛되이 보냈구나또 지금 헛되이 보내고 있구나하늘아래 비치는 별이 아깝구나사랑이여무된 밤에는 무된 사람을 축복하자 2024. 10. 15.
奢侈(사치) - 김수영 奢侈(사치) - 김수영어둠속에 비치는 해바라기와.......주전자와...... 흰 벽과......불을 등지고 있는 성황당이 보이는그 산에는 겨울을 가리키는 바람이 일기 시작하네나들이를 갔다 온 씻은 듯한 마음에 오늘밤에는 아내를 껴안아도 좋으리밋밋한 발회목에 내 눈이 자꾸 가네내 눈이 자꾸 가네새로 파논 우물전에서 도배를 하고난 귀얄을 씻고 간 두붓집 아가씨에게무어라고 수고의 인사를 해야 한다지나들이를 갔다가 아들놈을 두고 온 안방 건넌방은 빈집같구나문명된 아내에게 [실력을 보이자면] 무엇보다도 먼저발이라도 씻고 보자냉수도 마시자맑은 공기도 마시어두자자연이 하라는대로 나는 할 뿐이다그리고 자연이 느끼라는대로 느끼고는실망하지 않을 것이다의지의 저쪽에서 영위하는 아내여길고긴 오늘밤에 나의 사치를 받기 위하여.. 2024. 10. 14.
말 (K.M에게) - 김수영 말 (K.M에게) - 김수영당신을 찾아갔다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기 위하여서였다마침 당신은 집에 없고 당신의 아우만이 나와서 당신이 없다고 한다부산에서 언제 올라왔느냐고 헛말같이라도 물어보아야 할 것을나는 총에 맞는 새같이 가련하게도 당신의 집을 나와버렸다그 아우는 물론 들어와서 쉬어가라고 미소를 띄우면서 권하였다흔적은 없어도 전재를 입은 것만같은 (그렇게 그 문은 나에게는 너무나 컸다)낡은 대문 사이에 매일같이 흐르는 강물이 오늘에야 비로소 꽉차있다설움의 탓이라고 이 새로운 현실을 경시하면서도어제와같이 다시는 [헛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결심하면서자꾸 수그러져가는 눈을 들어 강과 대안의 찬란한 불빛을 본다횃불로 검은 물속을 비춰가며 고기를 잡는 배가 증언처럼 다가오고나는 당신의 아우에게로 뛰어가서 나의 [.. 2024. 10. 14.
비 - 김수영 비 - 김수영비가 오고 있다여보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명령하고 결의하고[평범하게 되려는 일]가운데에해초처럼 움직이는바람에 나부껴서 밤을 모르고언제나 새벽만을 향하고 있는투명한 움직임의 비애를 알고 있느냐여보움직이는 배애를 알고 있느냐순간이 순간을 죽이는 것이 현대현대가 현대를 죽이는 [종교]현대의 종교는 출발에서 죽는 영예그 누구의 시처럼      그러나 여보      비오는 날의 마음의 그림자를      사랑하라      너의 벽에 비치는 너의 머리를      사랑하라비가 오고 있다움직이는 비애여결의하는 비애변혁하는 비애......현대의 자살그러나 오늘은 비가 너 대신 움직이고 있다무수한 너의 [종교]를 보라예사 위에 울리는 곡괭이소리동물의 교향곡잠을 자면서 머리를 식히는 사색가-모든 곳에 너무나 .. 2024.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