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시인/천상병57 촌놈 - 천상병 촌놈 - 천상병나는 의정부시 변두리에 살지만서울과는 80미터 거리다그러니 서울과 교통상으로는별다름이 없지만바로 근처에 논과 밭이 있으니나는 촌놈인 것이다서울에 살면구백만 명 중의 한 사람이지만나는 이제 그렇지 않다.촌놈은 참으로 행복하다나는 노래불러야 한다이 대견한 행복을어찌 노래부르지 않으리요하늘이여 하늘이여나의 노래는 하늘의 것입니다. 2024. 9. 18. 노래 - 천상병 노래 - 천상병나는 아침 정오가 되면산으로 간다서울 북부인 이 고장은지극한 변두리다산이 아니라계곡이라고 해야겠다자연스레 노래를 부른다내같이 노래를 못 부르는 내가목청껏 목을 뽑는다바위들도 그 묵직한 바위들도춤을 추는 양하고산등성이가 몸을 움직이는 양하고새소리들도 내게 음악을 주고나무들도 속삭이는 것 같다나는 노래한다 나는 노래한다. 2024. 9. 17. 먼 산 - 천상병 먼 산 - 천상병 나는 의정부시에 사는데 먼 산이 바라보이고 뭔가 내게 속삭이는 것 같고 나를 자꾸 부르는 것 같다. 게으름뱅이인 나는 찾아가지는 안 했지만 언젠가 한번은 놀러 갈까 한다. 먼 산은 아주 옛날처럼 보이고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돌아가신 분들 같기도 하고 황성옛터 같다 2024. 9. 17. 빛 - 천상병 빛 - 천상병 태양의 빛 달의 빛 전등의 빛 빛은 참으로 근사하다 빛이 없으면 다 캄캄할 것이 아닌가 세상은 빛으로 움직이고 사람 눈은 빛으로 있다 내일이여 내일이여 빛은 언제나 있으소서. 2024. 9. 16. 비 - 천상병 비 - 천상병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우수를 씹고 있는 나는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한다 비는 슬픔의 강물이다 내 젊은날의 뉘우침이며 하나님의 보살피심을 친구들의 슬픈 이야기가 새삼스레 생각나누나 교회에 혼자 가서 기도할까나. 2024. 9. 16. 아침 - 천상병 아침 - 천상병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2024. 9. 15. 들국화 - 천상병 들국화 - 천상병84년 10월에 들어서아내가 들국화를 꽃꽂이했다참으로 방이 환해졌다하얀 들국화도 있고보라색 들국화도 있고분홍색 들국화도 있다.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는데우리방은 향기도 은은하고화려한 기색이 돈다왜 이렇게 좋은가자연의 오묘함이 찾아들었으니나는 일심으로 시 공부를 해야겠다. 2024. 9. 15. 행복 - 천상병 행복 - 천상병나는 세계에서제일 행복한 사나이다.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생활의 걱정이 없고대학을 다녔으니배움의 부족도 없고시인이니명예욕도 충분하고이쁜 아내니여자 생각도 없고아이가 없으니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집도 있으니얼마나 편안한가.막걸리를 좋아하는데아내가 다 사주니무슨 불평이 있겠는가.더구나하나님을 굳게 믿으니이 우주에서가장 강력한 분이나의 빽이시니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2024. 9. 14. 꽃밭 - 천상병 꽃밭 - 천상병 손바닥 펴 꽃밭 아래 놓으니 꽃밭 그늘 앉아 아롱집니다. 며칠 전 간 비원에서 본 그 꽃밭 생각 절로 납니다. 그 밝음과 그늘이 열렬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내가 좋아하는 여자 내가 좋아하는 여자의 으뜸은 물론이지만 아내 이외일 수는 없습니다. 오십들이나 된 아내와 육십 살 먹은 남편이니 거의 무능력자이지만 그래도 말입니다. 이 시 쓰는 시간은 89년 오월 사일 오후 다섯시 무렵이지만요. 이, 삼일 전날 밤에는 뭉클 뭉클 어떻게 요동을 치는지 옆방의 아내를 고함지르며 불렀으나 한참 불러도 아내는 쿨쿨 잠자는 모양으로 장모님이 "시끄럽다, 잠좀자자"라는 말씀 때문에 금시 또 미꾸라지가 되는 걸 초자는 어쩌지 못했어요. 2024. 9. 14.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