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문득 53

초심

초심 남의 죄는 잘도 보면서 내 죄는 왜 보이지 않는가. 남을 보며 만족스럽지 않음은 느낀다면 나는 나를 만족해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웅장했던 초심은 어디로 가고 게으른 나만 보이는가. 좋은 말 좋은 글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나는 왜 실천하지 않았나. 나도 안 하는 실천을 왜 남에게 가르치려 했던가. 남에게 성찰을 권하면서 나는 왜 성찰을 게을리 했던가. 지금 생각해봐도 나의 초심은 대단한 각오였다. 그 초심은 작심삼일이었나. 한번에 이루지도 못하고 조금씩 꾸준히 이루지도 못하는 꿈은 말대로 그저 꿈이었나. 초심을 거꾸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 육신의 삶은 앞으로 가더라도 마음은 초심 찾아 거꾸로 가야한다. 무릎을 탁! 하고 칠 순간이 올 것이라 믿는다. 말이나 생각이 아닌 실천으..

끼적끼적

끼적끼적 “요즘 많이 힘들지?” 이 한마디로 자살을 접는 이는 수도 없다. 문제는 둘뿐일 때 오직 둘뿐일 때, 둘이 각자 힘들 때다. 서로가 서로에게 말하지 못할 때 말해야 할 순간을 지나쳤을 때 그저 뒷모습만 바라보며 ‘잘 이겨내겠지.’라고 생각할 때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더욱 치명적일 때가 있는데 “요즘 많이 힘들지?”라는 말을 왜 그 사람에게 해줘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영육의 평화를 깨는 건 아픈 일이다. 그러나 내가 조금 아파도 스스로 조각 낸 것에 내가 시리더라도 내게만 오던, 나를 만족시키던 각광(脚光)을 버리고 그 사람 주변을 비춰보면 그 사람 왜 힘든지 알게 된다. 각광을 받고 있으면 나 아닌 다른 사람도 보이지 않고 보여도 흐릿하며 모두가 나를 주인공..

시를 읽다가

시를 읽다가 시간 참 잘 간다. 하지만 지루한 것보단 낫다. 방금 출근한 듯 한데 금방 퇴근시간이 되고, 일주일이 삽시간에 가고, 한 달이 가고...... 그렇게 바쁜 일상이 이어지던 오늘 묘한 마음이 이는 시 한편을 감상했다. 아무렇지도, 별 느낌도 없는 시로 스윽 지나도 될 만했는데 더 이상 뒷장을 넘기지 못하고 이 시 한편 때문에 지금 이글을 쓰고 있다. 시 속에서야 쉬는 시인 - 정끝별 그는 좀체 시를 쓰지 않는 시인이다 월간 문예지를 통해 정식으로 등단했으니 그는 분명 시인인데, 자장면도 먹고 싶고 바바리도 입고 싶고 유행하는 레몬색 스포츠카도 갖고 싶다 한번 시인인 그는 영원한 시인인데, 사진이 박힌 컬러 명함도 갖고 싶고 이태리풍 가죽 소파와 침대도 갖고 싶다 그러니 좀체 시 쓸 짬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