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그렇고 48

그건 그렇고 51호 : 날씨가 흐리다

그건 그렇고 51호 : 날씨가 흐리다 짬뽕을 한 그릇 먹고 오니 이런 게 집에 와있다. 헐~ 예전에 ‘완장’이라는 소설이 있었다. 완장이나 배지는 어깨에 힘 들어가게 만든다. 예쁘고 좋다. 그건 그렇고 편의점에 들러 몇 가지를 사러 갔는데 허리에도 안 오는 작은 남자 녀석이 만 원을 나한테 준다. 주머니에서 떨어졌다고 하니 헐~ 했다. 겁먹은 표정이길래 볼을 만지며 “감사합니다.”라고 해줬더니 그때야 웃는다. 덩치가 크고 키가 크면 애들이고 어른이고 먼저 경계한다.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본능이다. 난 연약하거늘…. 어쨌든 기분이 좋아 감자 칩 하나 쥐여 주고 계산대에 왔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과 편의점 아주머니가 말싸움 중이다. 들어보니 아이들이 담배를 요구한다. 그러고 보니 집 앞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

그건 그렇고 50호 : 아파트 주변

그건 그렇고 50호 : 아파트 주변 ‘그건 그렇고’의 팬들이 생겨난다. 왜냐면 사실대로 쓰니까. 막글의 묘미다. 어쨌든 기분이 좋다. 그냥 끼적임의 형태다. 사는 대로 쓴다. 겁나 편하다. 그건 그렇고 편의점에 갔는데 유치원생들이 올망졸망 떠든다. 이야기인즉슨, 인원이 6명인데 돈이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삼각깁밤을 사면 반씩만 먹고 친구에게 주자’하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런데 리더와 달리 다른 친구들 표정이 영~ 좋지 않다. 그래서 나는 골든벨을 울렸다. “고르고 싶은 걸 하나씩 골라라” 했더니 난리가 났다. 그런데 6살 여자아이가 “저 아저씨 호빵 아저씨”라고 손가락질한다. 알고 봤더니 올 초 호빵을 사준 적이 있다.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기분이 초급상승하며 기뻤다. 리더인 7살 오..

그건 그렇고 49호 : 요즘 근황

그건 그렇고 49호 : 요즘 근황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귀여운 여자아이가 탔다. 작은 아이가 배꼽인사를 한다. 내 무릎높이보다 조금 크다. 그런데 이 아이는 나를 알고 인사를 한 것인지 그냥 한 것인지 6층까지 가는 짧은 시간에 생각에 빠져들었다. ‘동네 어른 보면 인사하는 거야’라고 엄마가 가르쳤구나 하고 내렸다. 인사받고 기분 나쁠 사람이 어디에 있나.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단순히 동네 어른이라 인사했나? 저 아이는 내 정체를 알까? 굳이 인사할 필요가 있나? 짧으신 인생 힘드신데…. 그건 그렇고 작년에 수원 5일 장에 가보고 재래시장을 못 가봤다. 순대도 먹고 싶고 요즘 뭐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가까운데 발안시장이 있는데 외국인들뿐이고 가게도 몇 없어 잘..

이태원관련 계약 해지 관련 최종 고지 - 윤영환

이태원관련 계약 해지 관련 최종 고지 - 윤영환 이태원관련 계약 해지 관련 최종 고지 수 신 : 윤석열 발 신 : 윤영환 사건번호 : 20221030 내 용 : 이태원에 뜬 별, 너의 무식 지난 고지서에 귀하의 귀책 사유를 최대한 부드럽게 통보고지 하였으나 날이 갈수록 반성은커녕 멋대로 하는 꼬라지를 보며 최후 독촉장을 발행하오니 변을 보실 때 읽고 난 후 닦으세요. 이 우편요금은 제가 부담하오니 떨지 말고 읽으삼. 나는 귀하께서 법을 전공하시고 지난 청문회에서 “나는 법을 따르지,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고 신뢰가 갔지만 야당 찍은 사람이요. 그래도 배운 게 있으니 기본 상식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오. 주변 참모진도 학력이 좋고 우수한 편이라 믿었고 얼마든지 회의를 거치고 의견을 수렴하여 정..

이태원관련 계약 해지 예정 고지 - 윤영환

이태원관련 계약 해지 예정 고지 - 윤영환 이태원관련 계약 해지 예정 수 신 : 윤석열 발 신 : 윤영환 사건번호 : 20221030 내 용 : 이태원에 뜬 별 1. 안녕하시거나 말거나 며칠 전 이태원에서 수없는 별이 떠오르는 걸 보고 본 통지문을 발송합니다. 살다가 별 그지 같은 경우를 대함에 상당히 짜증이 밀려오며 동시에 슬픔이 치밀어 해결책을 모색하다가 본 통지문를 이용하게 됐으니 너그러이 양해하지 마세요. 2. 앵간하면 제가 말장난을 안 하는데 댁이 나를 건드렸으므로(신경도 안 쓰겠지만) 심히 유감을 표합니다. 사건 당일은 본인의 생일이 3일이 지난 날짜로 축하의 기운이 남아 매우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때 주변인의 전화가 심상치 않아 TV를 켠 결과 눈썹이 마구 쳐지며 눈썹과 눈물이 같이 내려..

그건 그렇고 48호 : 프린터를 사다

그건 그렇고 48호 : 프린터를 사다 이런 이야기 있다. 어느 선비가 문필가로 유명하신 분을 찾아가 어찌하면 그렇게 명문장을 쓸 수 있냐고 물으니 이 양반이 “나는 붓을 들면 한 번에 글을 완성하지. 글이 끝나면 그제야 붓을 놓지.” 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뒷간을 다녀온다고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양반 방석을 보니, 밑에 이리저리 줄을 긋고 수정한 탈고 뭉치가 있는 게 아닌가. 자신이 천재라고 자랑해놨지만, 사실은 수도 없는 탈고의 과정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퇴고는 작품이 완성되는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시작 단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초고는 늘 실수투성이고 읽어내리기에도 쑥스럽다. 나 같은 경우는 한 달쯤 후에 퇴고하는데 오글거려 환장할 때도 많다. 으~~~ 그건 그렇고 글은 일기를 빼고는 모두 남..

그건 그렇고 47호 : 과잉 진료

그건 그렇고 47호 : 과잉 진료 아침에 병원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와서 대변은 잘 봤냐고, 언제 봤냐고 묻는다. 매번 그렇지만 참다 참다 한마디 했다. “아침에 그게 첫인사라면 하지 마세요. 이상이 있으면 제가 말을 하겠습니다.” 이상이 있어도 대학병원 응급실 가란 이야기 외엔 대처 방법도 없는 병원의 태도와 진료 정책에 나는 불만이다. 모든 것은 책임회피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자신들의 병원에서 불상사가 일어나는 일은 그 어떤 의사도 바라지 않는다. 기계적으로 대하는 의미 없는 진료는 내겐 필요가 없다. 차라리 “아침 식사는 하고 오셨어요?”라고 묻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새벽에 얼굴을 보자마자 화장실 이야기는 무리가 아닌가 싶다. 뾰족한 수도 없는 데서 반복적인 의무적 질문은 상당히 거슬린다...

그건 그렇고 46호 : 병실에서 끼적임

그건 그렇고 46호 : 병실에서 끼적임 여섯 번째다. 여섯 번째 쓰러졌다. 원인도 모른다. 간경화나 투석 문제로 혈액과 CT 검사를 해도 원인이 나오질 않는다. 한가지 짚이는 데가 있으니 바로 오징어다. 젓갈이기보다는 무와 섞여 있는 생채다. 익히지 않은 게 문제였다. 무생채와 섞여 구분이 안 갔고 게다가 참기름을 넣으니 더욱 모를 수밖에…. 의사가 그리도 날것을 먹지 말라고 했는데 너무나 먹고 싶었나 보다. 채소까지 익혀 먹으라 했는데 아예 회를 먹은 셈이니 쓰러지는 건 당연지사. 이참에 외래를 가서 심정지를 물어봤는데 의사의 답변은 간단했다. 그냥 심장이 멈추는 현상이라 한다. 그런 소리는 초딩도 한다. 대학병원도 답답할 것이다. 또 119에 실려 올까 봐, 그러다 어느 순간 갈까 봐 우려되겠지. 이..

그건 그렇고 45호 : 치과

그건 그렇고 45호 : 치과 타이레놀에 의지하다가 하도 이가 아파서 얼마 전 이를 뽑으러 치과에 갔다. 난생 처음 가보는 치과라 얼마나 공포에 질렸겠는가. 의사가 독 잔을 든 계모로 보이고 간호사들이 마녀로 보였다. 의료용 의자에 앉아 치과 도구들을 보는데 모조리 고문 도구로 보이고 마취 주사를 놓는다는데 독극물 주사로 보이는 게 아닌가. '이대로 격동의 내 삶은 끝나는 것인가. 아~ 아름다웠던 내 인생이여. 하느님, 부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요. 착하게 살게요.’하고 기도하는데 “가도 좋습니다. 물고 있는 솜은 5분 뒤에 버리세요.”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뭘. 하기는 했수?” “진료 끝났습니다.” 기가 막히지 않나? 뭘 한 건지 아프지도 않더란 말이다. 평소에 하지도 않던 기도를 지레 겁먹고 그..

그건 그렇고 44호 : 오늘의 일기

그건 그렇고 44호 : 오늘의 일기 의료용으로 쓰고 남은 육신을 태운 아내를 받고, 일주일 정도 후에 납골당 꾸미기가 끝났다. 작지만 성탄절이라 램프라도 달까? 좋아하는 장미로 화원처럼 만들까? 했으나 조잡스러운 것이 아내나 내 취향은 아니라 고민하던 차, 한 시간 만에 용인에 있는 참사랑 묘역 바로 앞에 도착했다. 장모님도 시신 기증을 해서 매년 임마누엘 꽃집은 늘 내 단골이었다. 그런데 입구 문을 열자마자 꽃집 아주머니가 미리 주문한 쇠로 된 사진을 내밀며 “다니면서 꾸미세요.” 한마디에 나는 그 아주머니에게 개인적으로 석사학위를 주며 고마움을 표했다. 석판에 붙일 수 있는 조화까지 주시면서 얇아진 내 알통을 토닥였다. 한 자리 수십 년이면 석박사 따위 부럽지도 않잖은가. 왜 첫날에 납골당을 어찌 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