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그렇고 48

뒷담화

뒷담화 뒷담화(談話)는 뒤에서 남을 말하며 헐뜯는 짓을 말한다. 당연히 사전엔 없다. 일본어투성인 당구용어 ‘뒷다마(たま)’에서 왔다. 공이 굴러 다른 공의 뒷부분을 치거나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 번 더 회전하여 공의 뒤를 때리는 행운의 경우를 말한다. 풀어 쓰면 뒤통수치다, 뒤에서 험담하다 정도 되겠다. 1년 내내 한글을 말아먹고 있는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이런 말을 해대니 애나 어른이나 따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원래 의미에서 벗어나 험담이 아닌 ‘일이 있은 후 벌어진 뒷이야기’라는 의미로 변질되어 쓰기도 한다. 뒤 담화(談話)는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뒤’라는 한 글자로도 좋은 대화는 아님을 안다. ‘앞 담화’라는 말이 있던가? 그건 그렇고... 나에게 말하고 싶거나, 문제가 있거나,..

휴대기계, 휴대공해, 휴대중독

휴대기계, 휴대공해, 휴대중독 98년부터 벤처기업들의 거품이 드러날 때까지 삼성역 근처에서 근무를 했었다. ‘테헤란로’라고 하는 길의 끝부분쯤에 회사가 있었다. 그 때는 모뎀이라는 것이 있어 팩스 전송 시 들리는 ‘삐리리~ 지지직’하는 연결 음을 들어가며 누리터에 접속을 했었는데, 문자로만 이루어진 누리터 환경에서 그래픽 위주의 조금은 깔끔한 환경으로 바뀌던 때였다. 요즘처럼 영상이 흐르는 입체적 환경이나 화면은 상상만 했던 때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팩스마저도 잘 쓰지 않는다. 전자우편으로 대부분 일들을 해결하면서 외출해서 하는 일과 출장이 줄어들고, 더불어 걷는 양도 줄었다. 등본 등 각종 행정양식과 주식이고 은행이고 집에서 일 다 본다. 그러다보니 헬스클럽 없는 동네가 없고 게다가 다이어트 시장이..

정신이 좀 든다(入魂)

정신이 좀 든다(入魂) 터지려다가도 기도하며 잠재우기가 몇 번인가. 터지고 싶은데 터지면 온갖 꼬투리 잡아 욕질이다. 심지어 단어하나 잡아가지고 욕으로 소설을 쓰니 폭약만 쌓여갈 뿐이다. 폭약 덜어내는 것이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인가? 결코 아니다. 그건 그렇고, 나이? 이 길에 들어서도 위아래가 있다. 어딜 가든 없겠나. 그러나 이 길에 들어서면 사라져야 하는 예절이 있다. 너의 작품에 반말이 가능하며 이 길과 상관없는 너의 자찬에 얼굴을 마주보고 있더라도 욕이 가능하다. 나이만 먹으면 무슨 벼슬이나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뇌들이 싫다. 다른 길(道)에서야 주도, 차도, 법도 등 많은 길을 지킬 수 있지만 이 길에 들른 주막에선 길은 의미 없다. 이 길은 하나고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길’..

잘 살자

잘 살자 언제부턴가 방문 근처에 아주 작은 개미들이 기어 다닌다.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팔이 근질근질할 때가 있는데 그 작은 개미가 내 팔에서 전력질주 중인 것이다. 방에 먹을 것이라고는 소주하고 물 뿐인데 뭘 먹겠다고 돌아다닐까? 곰곰이 생각하던 중, 사료봉지가 하나 보인다. 햄스터 암수를 키우고 있는데 그 녀석들 사료다. 개미를 추적하던 중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그 사료봉지 주변임을 알게 됐다. 어떻게 사료봉지가 이곳에 있는 줄 알았을까? 저 사료봉지를 천장에 매달아 놓으면 천장까지 올라갈까? 잔인한가? 개미들에겐 사료봉지가 63빌딩 아닐까? 암벽등반 그만하라고 사료 한 두알 던져줬다. 소설 ‘개미’가 떠오른다. 그건 그렇고, 덥다. 비가 콸콸 좀 내렸으면 좋겠다. 겨울이 올 때까지 매일매..

힘든 하룻밤

힘든 하룻밤 자다 눈을 뜨니 책장 앞에서 쪼그리고 있는 다리가 보인다. 밤새 자벌레처럼 방을 뿔뿔 기어 다닌 기억이 난다. 침대위에 오르지 못한 건 구토 때문일 것이다. 무의식중에서도 침대와 이불이 더럽혀질까봐 내려와 잤겠지. A4용지에 적힌 많은 글들이 보인다. 알아먹지 못하는 단어들과 문장이 많다. 적잖은 분량이다. 뭔가를 쓰려고 했던 것 같다. 그건 그렇고, 5시 반인데 집안에 연기가 자욱하다. 부엌에 가보니 큰 냄비하나가 타고 있다. 안엔 지난 달 선물 받았던 닭과 쌀이 타고 있다. 꼴에 닭죽이 좋다는 말을 듣고 닭죽을 끓여보려 했나보다. 치우고 닦고 환기하니 좀 낫다. 불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생닭을 선물한 지인에게 미안타. 반팔 티엔 피가 묻어있다. 거울을 보니 코피도 쏟은 모양이다. 이게..

누가 누구에게 요구를 하는가

누가 누구에게 요구를 하는가 사람들이 만들어 온 수없는 제도와 규칙, 법, 관습들이 때론 내 사상에 맞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다.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이 특히 그렇다. 경찰은 경찰다워야 하고, 교사는 교사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고, 문인은 문인다워야 하고……. 다들 사람 아닌가? 사람이 사람다우면 됐지 사람이 갖고 있는 직업 따위로 ‘다워야’ 한다는 논리가 싫다. 방대한 우주를 태양계나 은하 몇 개로 좁혀 바라보는 아둔함이다. 종교나 관습 또는 우리가 후천적으로 익힌 고정관념을 잣대로 사람을 기준 잡아 보는 짓은 버려야한다. 아직까지도 첫인상이나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사람답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내 생각엔 저 사람은 어찌어찌한 사람 같아.’ 라고 말하는 것도 우습..

여그저그 싸돌아다니는 술꾼

여그저그 싸돌아다니는 술꾼 근래 몇 군데 일터를 알아보고 다녀보기도 했다. 돈도 못 받고 일한 대가를 떼이기도 했다. 어떤 곳은 전기자전거 AS직으로 갔었는데 며칠 근무하자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서 파는 성능도 불안한 자전거를 나더러 팔란다. 그래서 파는 건 싫다고 그만두니 늙은 사장이 내게 욕질을 하기도 했다. 조폭과 같이 일하니 안전하다는 둥 별 잡스런 곳도 보고 별별 더러운 꼴도 봤다. 답답하기도 하고 일당도 벌어 담배라도 살 겸 돌아다녔는데 상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결국 비싼 버스비만 날렸다. 버스 타는 걸 좋아해서 날린 버스비를 관광비로 생각하고 나니 편하다. 집 밖을 잘 나가지 않다보니 안산이란 동네가 궁금하기도 했고, 안산도 꽤 큰 도시구나 하는 생각과 사람마다의 장단점도 새삼 보고 들었다...

그건 그렇고 - 말과 글

그건 그렇고 - 말과 글 정보화 시대에 정보가 생산하는 개인주의를 눈과 귀로 만나면 정(情)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하루에도 수없는 정보들이 쏟아지고 엄청난 소식들이 누리터와 미디어통신선을 통해 영상으로 문자로 전해진다. 걸러내기 벅찰 정도로 끝없이 생산되거나 재생산된다. 걸러내고 판단하는 건 개인의 몫이다. 정보를 걸러내고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판단하는 건 사람들의 지적수준이 다르듯 사람마다 다르다. 이런 정보들로 틀에 갇히기도 하고 없던 고정관념을 스스로 뇌에 박아 새기기도 한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다르면 거부하기도하며 받아들이기 쉬운 또는 받아들이고 싶은 정보와 지식만을 섭취하려 하는 사람들이 보편적이라 말할 정도로 정보는 많다. 자리 잡고 있던 이념이 붕괴되기도 하고 없던 이념이 새로 생겨 ..

그건 그렇고 - 늘 행복할 수 있다

그건 그렇고 - 늘 행복할 수 있다 시련은 늘 지나갔다. 시련이 오면 머물지 말고 빨리 떠나도록 시련을 밀치며 살았다. 고통의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바라며 살았다. 돌아보면 겪은 대부분의 시련들은 쉽게 또는 스치듯 지나갔다. 큰 슬픔 중 하나를 죽음으로 본다. 주변에 지인이나 가족이 떠나면 화장터가 젖도록 슬피 운다. 하지만 다시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은 무의식 속에서 슬픔을 끝낼 준비를 한다. 그러나 산 사람이 주는 이별의 슬픔은 꽤 오랜 시간을 머문다. 같은 하늘 아래 살기에 길거리에서 스치며 볼 수 있고 찾아 만날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 때문에 산 사람이 주는 슬픔은 끝낼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눈물에 밥을 말아먹고 술잔에 눈물을 타마시며 죽음을 물색하기도다. 어떤 사람은 뭘..

그건 그렇고 - 웃고 살날을 기다리며

그건 그렇고 - 웃고 살날을 기다리며 입 다물고 초조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고개를 푹 숙이기도 하고 한숨도 내쉬는 불안한 좌태. 위 내시경검사를 앞둔 나였다. 목 마취 후 시커먼 뱀 한 마리가 목구멍을 통해 몸으로 들어갔다. 그걸 ‘환장한다.’고 하던가.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다음부턴 돈 아끼지 말고 수면내시경으로 하자.’ 나의 생쇼는 주변 의료진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역시 나는 덩칫값도 못했다. 열 달 전쯤 내시경을 한번 했었는데 그때보다는 견디기 좀 나은 듯하다. 의사는 젊지만 차분하다. 농도 잘하고 친절하다. 늘 그렇듯이 다시 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 그건 그렇고, 집에 와 약국에서 건넨 봉투를 보는데 뒷면에 건강을 지켜줄 10가지 수칙이 인쇄되어있다. 1. 긍정적으로 세상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