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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의 바벨탑

전혜린(1934~1965) 수필가. 평남 순천 출생. 독일 뮌헨대 독문과 수료. 여러 대학의 강사를 거쳐 성균관대 교수 역임. 31세로 자살함. 자유로운 정신과 현실 세계와의 치열한 대결 속에 불꽃처럼 살다가 간 지식인이었다. 끈기와 탄력과 집중력을 갖고 생을 긍정했고 생의 완벽성을 구했다.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삶에 대한 그의 강렬한 사랑과 일종의 필수적인 비애의 기록으로서 수많은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사치의 바벨탑 -여성의 가장 큰 본질적 약점은 사치의 광적 추구와 같은 생에 대한 비본연성인 것 같다. '여자는 전체로 보아서 아직도 하인의 신분에 있다. 그 결과 여성은 자기로서 살려고 하지 않고 남성으로부터 이렇다고 정해진 자기를 인식하고 자기를 선택하도록 된다. 남..

신의 눈초리 - 문학의 필요성과 그 사명

류주현(1921~1980) 소설가, 경기도 여주 출생. 일본 와세다 대학 전문부 수학. 한때 국방부 편수관 역임. 인간, 역사, 현실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입체적인 구성력으로 다채로운 소재를 소화해 낸 작가이다. 초기에는 단편 소설을 주로 썼으며 1964년 장편 소설 "조선 총독부"를 발표하면서부터는 대하적 기록 문학을 통하여 독특한 역사관을 보여 주었다. 100여 편의 단편과 20여 편의 장편을 발표한 다작 경향의 작가였다. 신의 눈초리 - 문학의 필요성과 그 사명 문학자는 시대의 증인이고 그 작품은 시대의 중언이기를 소망한다. 한 시대의 특성을, 그 시대를 사는 개성 있는 인간을 잘 묘출해 내서 현재를 관조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문학자의 사명이고 문학의 본질적인 권능이다. 인간상이거나 시대 사조거..

글을 쓴다는 것

김태길(1920. 11. 15 충북 충주~.) 철학자. 1947년 일본 도쿄대학[東京大學] 법학부를 중퇴한 뒤 귀국하여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60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6년 건국대학교 부교수, 1961년 연세대학교 문리대학 부교수를 역임하고 1962년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철학과 부교수가 되었다. 1974년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학장과 한국철학회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1987년 서울대학교를 퇴직한 후 명예교수가 되었다. 대한민국 학술원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윤리학〉·〈윤리학개론〉·〈소설에 나타난 한국인의 가치관〉·〈새인간상의 기초〉·〈듀이의 사회철학〉·〈변혁시대의 사회철학〉 등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 사람은 가끔 자기 스스로를 차분히 안으로 정리할 필요..

지조론 - 조지훈(趙芝薰)

지조론 - 조지훈(趙芝薰) 조지훈(趙芝薰, 1920년 12월 3일 ~ 1968년 5월 17일)은 일제 강점기 이후로 활동한 시인으로, 청록파 시인 중 한 사람이다. 본관은 한양이며, 본명은 '조동탁(趙東卓)'이다. 경북 영양에서 출생하였다. 독학으로 중학 과정을 마친 뒤 혜화전문학교에 입학하여 불교를 배웠다. 1939년 지에 과 를 추천받아 문단에 등장하였다. 광복 후 경기여자고등학교 교사와 서울여자대학교·고려대학교 교수 등을 지냈다. 1961년 벨기에에서 열린 국제 시인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였다. 이듬해 고려대학교 부설 민족문화 연구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민족문화 개발에 주력하였다. 그는 청록파의 한 사람으로 명시를 많이 남겼다. 그의 시는 주로 자연, 무속, 선 등을 소재로 한 민족적인 색채가 짙..

신채호(1880~1936) - 실패자의 신성, 차라리 괴물을 취하리라

신채호(1880~1936) 사학자. 호는 단재. 충북 청주 출생. 순수한 민족주의적 역사관으로 당시의 식민주의적인 일체의 학설들을 배격하었으며 항일 운동의 이념적 지도자로 언론계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일본 관헌에 체포되어 여순 감옥에서 옥사하였다. 실패자의 신성 나무에 잘 오르는 놈은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물 헤엄을 잘 치는 놈은 물에 빠져 죽는다 하니, 무슨 소리뇨. 두 손을 비비고 방안에 앉았으면 아무런 실패가 없을지나, 다만 그러하면 인류 사회가 적막한 총묘와 같으리니, 나무에서 떨어져 죽을지언정, 물에 빠져 죽을지언정, 앉은뱅이의 죽음은 안 할지니라. 실패자를 웃고 성공자를 노래함도 또한 우부의 벽견이라. 성공자는 앉은뱅이같이 방 안에서 늙는 자는 아니나, 그러나 약은 사람이 되어 쉽고 ..

문학대중화란 - 안도현

문학대중화란 - 안도현 해마다 여름이면 산 좋고 물 좋은전국 곳곳에서 시인학교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시를 사랑하고 아끼는 독자들과 시인들이 만나 그 둘 사이 낯선 거리를 좁히고 시의 향기로 더위도 좀 쫓아 보자는 뜻일게다. 대부분의 시인학교는 문학대중화를 그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 사람이 읽던 시를 열 사람이 읽는다고 해서, 인쇄 매체럼 시를 음향이나 영상으로 만난다고 해서, 또 시인이 독자와 직접 대면한다고 해서 시가 대중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노력도 때로 필요하지만, 나는 시 혹은 시인에 대한 신비감을 깨뜨리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시인학교 같은 행사는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도 게걸스럽게 밥을 먹고 화장실을 들락거린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을 지 모른다. 문학을 ..

조윤제(1904~1976) - 은근과 끈기

조윤제(1904~1976) - 은근과 끈기 국문학자. 호는 도남. 경북 예천 출생. 경성 제대 졸업 문학 박사. 서울대 문리대학장, 성균관대 부총장 역임. 그의 국문학사 연구는 민족 정신의 고취와 독립 운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저서로 "국문학사" "조선 시가 연구" 등이 있다. 은근과 끈기 한국 문학과 한국 사람 생활의 특질이란 어떤 것인가? 오랜 역사의 전통에서 살아 온 한국 사람의 생활에 특질이 없을 리 없고, 또 그를 표현한 한국 문학에 특질이 없을 수 없다. 한국의 예술을 흔히들 선의 예술이라 하는데, 기와집 추녀 끝을 보나, 버선의 콧등을 보나, 분명히 선으로 이루어진 극치다. 또, 미인을 그려서 한 말에 '반달 같은 미인'이란 말이 있으니, 이도 또한 선과 선의 묘미일 뿐 아..

진득한 기다림 - 도종환

진득한 기다림 - 도종환 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겸손한 자세를 잃고 대충 넘어 가려고 하다 민망함을 당하고 나면 한동안 글쓰는 일이 보통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것이 슬럼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아 먹기 거북한 음식처럼 읽기 부담스러운 시. 너무 성 급하게 익혀내어 얼른 보아도 덜 된 음식이란 것이 눈에 보이는 듯한 글, 쫓 기듯 만든 음식처럼 성의조차 없는 글.... 요즈음 나는 세월의 뜸이 덜 된 그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두려워진다.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해 공연히 불안해하며 글의 깊이를 잃어 가는 내 자신이 된장 항아리를 뛰쳐나온 몇 개의 초조한 콩은 아닌가 되돌아 보게 된다. - 도종환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