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것을 방해하는 것들 느낌으론 하루 만에 가을이 가버린 것만 같다. 거리엔 아직 매달린 잎들이 많은데 겨울이 잎사귀들의 삶을 재촉한다. 아니, 아마 죽어버린 것들이 산 듯 매달려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방 안 공기가 몹시 차다. 곰팡이 냄새나는 옷가지를 뒤져 하나 걸쳤다. 그리 해도 손 발가락이 굳어 감각이 둔하다. 한 달에 한두 번 어머니를 뵈러 갈 때나 도서관 갈 때, 아니면 술이나 담배가 떨어지지 않는 한 나는 내 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몇 년 동안 얼어 죽지 않은 것이 여간 묘한 게 아니다. 은행원, 포장마차, 보험설계사, 야구장 행상, 통닭 배달, 프로그래머……. 살며 경험한 직업이 서른 가지 남짓 된다. 생각해보면 조직 아닌 곳이 없다. 노점상을 해도 노점상연합회가 있고, 주변 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