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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재우는 시간

슬픔 재우는 시간 주변의 죽음이나 이별 등 슬픔을 겪은 후 잡생각은 별 도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눈으로 보고 겪은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인간이다. 나는 되도록 몸을 움직이고 있다. 썰렁한 집 안에서 떠올리는 생각들은 전혀 내 삶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밖으로 돌고 되도록 나가고 혹은 지칠 때까지 운동을 해보는 것이 좋다. 모르는 사람들을 사귀어 보고 그간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대화는 기분전환에 큰 도움이 된다. 집안 부위기를 바꿔보고 가구나 커튼도 새것으로 바꿔보는 것도 좋다. 슬픔이 일어나기 전부터 고정된 물체들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잊히지 않는다면 믿는 종교에 의지하거나 시간에게 나의 삶을 살포시 얹으면 된다. 사람처..

만나봐야 알지 원

만나봐야 알지 원 책을 끼고 사는 터라 두세 평 정도되는 방 이곳저곳에 꽉찬 책꽂이에 들어갈 수 없는 피난書들이 있습니다. 커피를 타오다가 발길에 채이기라도 하면 무생인 책에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내가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누구나 책꽂이에 오래 방치되어 있거나 다락방에 처박혀 이사 갈 때나 만날 책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발에 걸린 책이 노자의 도덕경이었습니다. 바로 옆에 짝궁인양 해설집도 있더군요. 드르륵 책을 둘러보는데 책속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원수를 사랑해보지 않았다면 원수를 사랑하라 가르치지 말라' 새삼 기억 나는 구절이었습니다. 커피잔을 집어 한모금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학교를 다니며 성장하고 많은 가르침을 받습니다. 책으로부터 받는 ..

가을노래 - 이해인

가을노래 - 이해인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소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나는 죽으면 - 주성임

나는 죽으면 - 주성임 나는 죽으면 꽃이 되야지 누구라도 내 향에 취하면 찍고 싶어할 향을 갖고 나야지 그리곤 네 앞에 피어나야지 너의 두 팔 안에 기쁨으로 감기어 며칠만 너랑 살다가야지 나는 죽으면 별이 되야지 온 하늘의 뜨는 별을 이기고 유독 환한 빛을 내는 별로 하룻밤만 살아야지 넌 잠도 들지 못하며 나만 바라보다 먼 동에 슬며시 고개를 묻고 나는 네 안에 꿈으로 있다 스러져 가야지 나는 죽으면 너로 다시 나야지 꼭 한순간만 살아야지 하여, 너만 바라는 쓸쓸한 사랑을 만나면 꼬옥 안아줘야지 그처럼 날 닮은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줘야지 잠시만 너를 대신해 사랑을 고백하고 이렇게 아프지 않을 추억되야지 주성임 1968. 6. 26 파주 연다산리 출생 「오늘의 문학」,「시인과 육필시」등단 천리안 문단..

그때는 몰랐습니다 - 김영애

그때는 몰랐습니다 - 김영애 뜬금 없이 찾아온 그대 맘 좋은 척 한자리 내어준 것이 밤낮 가리지 않고 부등켜 울 줄 그때는 몰랐습니다 시간의 징검다리 맨 끝, 보여주기란 늘 주저함이 있고 어둠에 길들여진 그대 가끔씩 포식되는 햇살 한줌에 목젖을 드러내도 부끄럽지 않았던, 이대로 일정한 간격을 두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여물지 못한 사랑이 불뚝불뚝 길을 낸 생채기 부풀어 올라 몸살을 앓아도 한차례 홍역처럼 지나가려니 그래서 늘, 뒷전이었던 그대 생각이 앞질러 새벽을 깨울 즈음 외톨이였던 신음이 참을 수 없는 몸짓으로 들고 일어 난 것을 사랑이라 불리웠으면 애초에 마음주지 말아야 했습니다 울다 울다 도드라진 아픔만큼 그대도 따라 울지만 별리의 아픔 손 끝 까지 못질할지언정 비켜간 마음자리 두고두고 상흔으로 남..

시의 길을 살아온 평생 - 황금찬'시인'

인생을 최고로 살아가는 23인의 지혜 - 자유문학사 시의 길을 살아온 평생 - 황금찬'시인' 1918 년 강원도 속초 출생. 일본 다이토학원 중퇴. 1953 년 '문예'에 시'경주를 지나며'와 1955 년 '접동새''여운' 등이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함. 시문학상, 월탄문학산, 대한민국문학상, 한국기독교문학상 수상. 저서에 시집 '현장', '5월의 나무', '나비와 분수', '오후의 한강', '산새', '구름과 바위', '한강' 외 다수가 있음. 많은 유혹을 물리쳤다. 어느 친구가 내게 묻는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땐 어떤 직업을 갖겠느냐?" 나는 단호히 말했다. "나는 시인이 되겠다." "또 한 번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는 무슨 직업을 갖겠는가?" 나는 또 단호히 말했다. "나는 그..

사치의 바벨탑

전혜린(1934~1965) 수필가. 평남 순천 출생. 독일 뮌헨대 독문과 수료. 여러 대학의 강사를 거쳐 성균관대 교수 역임. 31세로 자살함. 자유로운 정신과 현실 세계와의 치열한 대결 속에 불꽃처럼 살다가 간 지식인이었다. 끈기와 탄력과 집중력을 갖고 생을 긍정했고 생의 완벽성을 구했다.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삶에 대한 그의 강렬한 사랑과 일종의 필수적인 비애의 기록으로서 수많은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사치의 바벨탑 -여성의 가장 큰 본질적 약점은 사치의 광적 추구와 같은 생에 대한 비본연성인 것 같다. '여자는 전체로 보아서 아직도 하인의 신분에 있다. 그 결과 여성은 자기로서 살려고 하지 않고 남성으로부터 이렇다고 정해진 자기를 인식하고 자기를 선택하도록 된다. 남..

신의 눈초리 - 문학의 필요성과 그 사명

류주현(1921~1980) 소설가, 경기도 여주 출생. 일본 와세다 대학 전문부 수학. 한때 국방부 편수관 역임. 인간, 역사, 현실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입체적인 구성력으로 다채로운 소재를 소화해 낸 작가이다. 초기에는 단편 소설을 주로 썼으며 1964년 장편 소설 "조선 총독부"를 발표하면서부터는 대하적 기록 문학을 통하여 독특한 역사관을 보여 주었다. 100여 편의 단편과 20여 편의 장편을 발표한 다작 경향의 작가였다. 신의 눈초리 - 문학의 필요성과 그 사명 문학자는 시대의 증인이고 그 작품은 시대의 중언이기를 소망한다. 한 시대의 특성을, 그 시대를 사는 개성 있는 인간을 잘 묘출해 내서 현재를 관조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문학자의 사명이고 문학의 본질적인 권능이다. 인간상이거나 시대 사조거..

글을 쓴다는 것

김태길(1920. 11. 15 충북 충주~.) 철학자. 1947년 일본 도쿄대학[東京大學] 법학부를 중퇴한 뒤 귀국하여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60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6년 건국대학교 부교수, 1961년 연세대학교 문리대학 부교수를 역임하고 1962년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철학과 부교수가 되었다. 1974년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학장과 한국철학회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1987년 서울대학교를 퇴직한 후 명예교수가 되었다. 대한민국 학술원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윤리학〉·〈윤리학개론〉·〈소설에 나타난 한국인의 가치관〉·〈새인간상의 기초〉·〈듀이의 사회철학〉·〈변혁시대의 사회철학〉 등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 사람은 가끔 자기 스스로를 차분히 안으로 정리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