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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날 기다리는 작은 정원 - 윤영환

매년 날 기다리는 작은 정원 - 윤영환 여긴 6층, 베란다에 서서 늘 먼 곳만 바라보다 이맘때면 꼭 가봐야 하는 길이 1층 굽어진 어두운 터에 있다 짧지만 걷는 데 오래 걸리는 길 요즘만 걸을 수 있는 이 짧은 길을 좋아라 한다 낮은 둔덕을 걸으면 종아리엔 불끈 힘이 가고 이 꽃나무들 사이를 걷는 느낌은 온전한 봄을 몸으로 받는 버거움이다 밟고 있는 잔디는 아래로부터 온전히 전신에 봄을 가져다주고 멀리서 가끔 부는 바람 따라 내게 오는 꽃내음의 주인을 나는 알아챈다 바람 따라 온 꽃은 나도 피었으니 어서 오라 발길을 재촉게 한다 하지만 곧 건너 논에 김 씨네 모내기 시작하면 이곳에 피어난 온갖 꽃들이 날아가기 시작할 텐데 어쩌나 하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매년 찾아오며 아기처럼 웃는데 나는 왜 매년 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