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중독 문학으로 들어 선 것은 김수영 때문이었다. 詩때문이 아닌 인간 김수영 때문이었다. 나와 똑 같았다. 외곬 같은 성격, 때론 반항, 불같은 마음, 열정, 고난, 시대 반영, 총칼이 들어와도 펜으로 맞서는 인간 김수영. 詩는 잉크가 아니라 몸으로 써야한다는 김수영. 나와 쌍둥이 같다. 내가 그를 닮은 것이 아닌 그가 나를 닮았다. 왜냐면 그에 비해 나는 오만하며 게다가 서로 본적도 없으니까. 꼬인다. 삶이 평탄하지 않다. 하지만 평탄하면 자만으로 휩싸인다. 도리어 이 길이 낫다. 평온하면 詩는 없다. 굴곡이 만들고, 눈물이 짓고, 서러움과 억울함이 모여 이 화창한 봄날처럼 웃으며 활짝 피는 들꽃이 되기를 바라며 퇴고하는 것이 詩다. 소설을 읽으며 우는 사람 봤어도 詩를 읽으며 우는 사람 못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