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23

글 중독

글 중독 문학으로 들어 선 것은 김수영 때문이었다. 詩때문이 아닌 인간 김수영 때문이었다. 나와 똑 같았다. 외곬 같은 성격, 때론 반항, 불같은 마음, 열정, 고난, 시대 반영, 총칼이 들어와도 펜으로 맞서는 인간 김수영. 詩는 잉크가 아니라 몸으로 써야한다는 김수영. 나와 쌍둥이 같다. 내가 그를 닮은 것이 아닌 그가 나를 닮았다. 왜냐면 그에 비해 나는 오만하며 게다가 서로 본적도 없으니까. 꼬인다. 삶이 평탄하지 않다. 하지만 평탄하면 자만으로 휩싸인다. 도리어 이 길이 낫다. 평온하면 詩는 없다. 굴곡이 만들고, 눈물이 짓고, 서러움과 억울함이 모여 이 화창한 봄날처럼 웃으며 활짝 피는 들꽃이 되기를 바라며 퇴고하는 것이 詩다. 소설을 읽으며 우는 사람 봤어도 詩를 읽으며 우는 사람 못 봤다. ..

슬픔 재우는 시간

슬픔 재우는 시간 주변의 죽음이나 이별 등 슬픔을 겪은 후 잡생각은 별 도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눈으로 보고 겪은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인간이다. 나는 되도록 몸을 움직이고 있다. 썰렁한 집 안에서 떠올리는 생각들은 전혀 내 삶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밖으로 돌고 되도록 나가고 혹은 지칠 때까지 운동을 해보는 것이 좋다. 모르는 사람들을 사귀어 보고 그간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대화는 기분전환에 큰 도움이 된다. 집안 부위기를 바꿔보고 가구나 커튼도 새것으로 바꿔보는 것도 좋다. 슬픔이 일어나기 전부터 고정된 물체들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잊히지 않는다면 믿는 종교에 의지하거나 시간에게 나의 삶을 살포시 얹으면 된다. 사람처..

만나봐야 알지 원

만나봐야 알지 원 책을 끼고 사는 터라 두세 평 정도되는 방 이곳저곳에 꽉찬 책꽂이에 들어갈 수 없는 피난書들이 있습니다. 커피를 타오다가 발길에 채이기라도 하면 무생인 책에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내가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누구나 책꽂이에 오래 방치되어 있거나 다락방에 처박혀 이사 갈 때나 만날 책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발에 걸린 책이 노자의 도덕경이었습니다. 바로 옆에 짝궁인양 해설집도 있더군요. 드르륵 책을 둘러보는데 책속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원수를 사랑해보지 않았다면 원수를 사랑하라 가르치지 말라' 새삼 기억 나는 구절이었습니다. 커피잔을 집어 한모금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학교를 다니며 성장하고 많은 가르침을 받습니다. 책으로부터 받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