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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주장 문자는 그림 뒤에 나온 발명품입니다. 그림보다 더 정교하고 세밀한 일이 문자로 일구는 창작입니다. 많은 고통을 주고 시련도 주지만 써냈다는 보람도 줍니다. 작은 소망은 그 시가 내 마음에 들면 됩니다만 나조차 맘에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읽겠습니까. 그래서 어렵죠. 당연히 취미로 쓰시는 분도 있고 모든 힘을 다해 쓰시는 분도 있지요. 강단에 서보신 분들이 많겠지만 자다가도 학생들은 시 창작 강론에 들어가면 화들짝 일어납니다. 어떻게 써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명작이 나오는가. 물음표죠? 저는 항상 독서를 강조합니다. 한 편을 쓰기 위해 열권은 읽어야 한다고. 무엇인가가 떠올라 갑자기 펜을 들고 쓴다고 하지요? 읽지 않으면 그런 모습은 없습니다. 오늘 읽지 않은 책을 골라냈습니다. 한 스물댓 권은 ..

친정

친정 97년부터 활동을 했는데 당시 문단은 이미 폐간이 되었고 그나마 아는 문단들이 있어 오래간만에 연락해보니 아직 살아 있는 곳도 있더라고요. 반가웠는데 그래도 친정이 아니잖아요. 어찌어찌 시사문단이 친정이 됐는데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동료 의식? 공동체? 소속감? 기댈 데라도 있어야 비비지, 없으면 좀 허전하잖아요. 죽어서 가죽만 남길 뻔했는데 이름을 남기잖아요. 파주랑 인사동에 아는 시인들이 있는데 연락처를 잃어 연결할 방법이 없네요. 보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그때는 한창때라 왜 그리도 퍼마셨는지…. 이유도 없었지요. 그냥 만나면 부어라 마셔라. 그따위로 글 쓰지 말라 멱살 잡고 싸우고 하여간 열정은 있었던 생각이 납니다. 혼자 낑낑대는 것도 매력은 있지만 같은 동료끼리 토론하면 참 좋은 효과가..

그건 그렇고 51호 : 날씨가 흐리다

그건 그렇고 51호 : 날씨가 흐리다 짬뽕을 한 그릇 먹고 오니 이런 게 집에 와있다. 헐~ 예전에 ‘완장’이라는 소설이 있었다. 완장이나 배지는 어깨에 힘 들어가게 만든다. 예쁘고 좋다. 그건 그렇고 편의점에 들러 몇 가지를 사러 갔는데 허리에도 안 오는 작은 남자 녀석이 만 원을 나한테 준다. 주머니에서 떨어졌다고 하니 헐~ 했다. 겁먹은 표정이길래 볼을 만지며 “감사합니다.”라고 해줬더니 그때야 웃는다. 덩치가 크고 키가 크면 애들이고 어른이고 먼저 경계한다.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본능이다. 난 연약하거늘…. 어쨌든 기분이 좋아 감자 칩 하나 쥐여 주고 계산대에 왔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과 편의점 아주머니가 말싸움 중이다. 들어보니 아이들이 담배를 요구한다. 그러고 보니 집 앞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