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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날 기다리는 작은 정원 - 윤영환

매년 날 기다리는 작은 정원 - 윤영환 여긴 6층, 베란다에 서서 늘 먼 곳만 바라보다 이맘때면 꼭 가봐야 하는 길이 1층 굽어진 어두운 터에 있다 짧지만 걷는 데 오래 걸리는 길 요즘만 걸을 수 있는 이 짧은 길을 좋아라 한다 낮은 둔덕을 걸으면 종아리엔 불끈 힘이 가고 이 꽃나무들 사이를 걷는 느낌은 온전한 봄을 몸으로 받는 버거움이다 밟고 있는 잔디는 아래로부터 온전히 전신에 봄을 가져다주고 멀리서 가끔 부는 바람 따라 내게 오는 꽃내음의 주인을 나는 알아챈다 바람 따라 온 꽃은 나도 피었으니 어서 오라 발길을 재촉게 한다 하지만 곧 건너 논에 김 씨네 모내기 시작하면 이곳에 피어난 온갖 꽃들이 날아가기 시작할 텐데 어쩌나 하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매년 찾아오며 아기처럼 웃는데 나는 왜 매년 늙어..

저작권 - 윤영환

저작권 - 윤영환 시는 노래다 마음을 꺼내는 건 시작(詩作)이다 기형도를 읽으면 인간의 본질로 가고 김수영을 읽으면 인간의 울분을 보고 이해인을 읽으면 인간이 갈 길을 안다 너의 마음 왜 꺼내질 않는가 표현은 삶의 의미 너를 밝혀야 태어난 이유가 된다 자유는 자연에 가까울 때 성립한다 자연스럽지 않은 건 자유가 없다 표현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강물 속에 또 다른 물이 흐르고 있음을 안다 그 물들이 왜 같다고 믿는가 발버둥은 의미 없는 것 거울을 보라 넌 늙었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울지 마라 모두가 여기 왔다 갔다 자연스럽게 시는 노래다 불러라 자연을 타고 흐르는 자유의 음률을 너의 인생을 편집하는 분은 따로 계신다 2024.01.25. 19:50

거부하며 - 윤영환

거부하며 - 윤영환 의무감으로 때론 심심해서 내게 어떤지 묻지 말았으면 해 네 시집에 난 실리기 싫어 나는 너보다 큰 존재이며 너의 일상사에 오르기 힘든 사람이란다 맹자가 그랬나 측은지심이 없으면 인간도 아니라고 넌 지켰고 잘 따랐다 그 이상을 바라지 않으며 나는 나의 평화를 가지고 간다 몸부림 말고 순리를 따르라 난 네가 거추장스럽다 뒤에 흔적도 없이 가는 그 길을 아는 우리는 모두 외로운 벗 우지말고 따르거라 삶을 정리하다 네가 걸려 하는 말이니 앞만 보고 걸어 아무도 널 걸고넘어지지 않아 너와의 추억이 없구나 쌓아 가라 너만의 추억을 그것이 나의 후회다. 2024.01.24. 11:50

인터뷰 후

인터뷰 후 얼마 전 언론사 인터뷰를 했다. 주류 언론사다 비난 댓글이 몇 개 달렸다 30년 전 나를 기억해줘서 고맙지만 내 인생에 1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면 입 좀 닥치길 바란다 왜 그리 물어 뜯기 좋아하는가 왜 평화를 싫어하는가? 30년 만이면 반갑지 않나? 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잖나? 30년 지나 욕한들 넌 두 발 뻗고 자겠나? 한국인의 특징이다 내 연락처 하나 모르는 것들이 찢어진 입이라고 나불 대면 지옥행이라 짠하다. 제발 실명으로 써라. 2024.01.24. 23:07

시한부 인생 - 윤영환

시한부 인생 - 윤영환 누구나 때가 되면 죽는다 이 판결을 의사가 미리 내리면 삶은 접힌다 학창 시절 아니면 청춘 시절 꾸었던 것은 이루었는가? 억울한가? 네가 저지른 짓들이고 그 업은 네게 온다 욕심 하나로도 넌 지옥이고 사랑을 모르는 네가 사랑을 하는 것이 죄다 평화를 알았으면 유지하려 힘쓰고 그대로 가라 네가 온 이 나들이 세계를 정 힘들면 장례식장을 찾거라 못 들어가게 하는 인간은 없다. 2024.01.24. 22:18

내 사랑이여 2 - 윤영환

내 사랑이여 2 - 윤영환 달빛이 방 안으로 들어오면 나는 창을 닫고 커튼을 치지 그 빛을 따라 네가 올까 봐 신은 내집을 아니까 두려워 무서워 이렇게 사는 게 어둠 속에서 너를 제대로 그리겠나 하지만 난 잘 그려왔고 진실만을 담았다 두 번째 삶을 살아갈 때 나는 각오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고 기둥이 사라진 세상에 설 곳은 없었다 누구인가 사랑을 변론하며 다가왔지만 애초 나는 경고 했다 사랑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진실한 사랑은 그런 게 아니라고 증명이 됐지만 뿌듯하진 않다 그의 자유를 내 발로 밟고 서기도 싫다 또 다른 사랑이 두려운 이유는 너 때문이 아니라 책임 때문이다. 네가 가르쳐준 말 무책임한 사랑은 해서는 안 된다는 말. 2024.01.24.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