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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기쁨 - 이해인 책을 읽는 기쁨 - 이해인좋은 책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고,좋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그 향기가 스며들어옆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한다.세상에 사는 동안우리 모두 이 향기에 취하는특권을 누려야 하리라.아무리 바빠도 책을 읽는 기쁨을 꾸준히 키원나가야만우리는속이 꽉 찬 사람이 될 수 있다.언제나 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으로삶이 풍요로울 수 있음을 감사하라.책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느 한 구절로내 삶의 태도가예전과 달라질 수 있음을늘 새롭게 기대하며 살자. 2025. 4. 24.
사랑 - 김수영 사랑 - 김수영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않는사랑을 배웠다 너로해서그러나 너의 얼굴은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그 刹那에 꺼졌다 살아났다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번개처럼번개처럼금이 간 너의 얼굴은 2025. 4. 24.
한란계 - 윤동주 한란계 - 윤동주 싸늘한 대리석 기둥에 모가지를 비틀어맨 한란 계, 문득 들여다볼 수 있는 운명한 다섯 자 여섯 치의 허리 가는 수은주, 마음은 유리관보다 맑소이다. 혈관이 단조로워 신경질인 여론동물, 가끔 분수 같은 냉침을 억지로 삼키기에 정력을 낭비합니다. 영하로 손구락질할 수돌네 방처럼 치운 겨울보다 해바라기 만발한 8월 교정이 이상 곺소이다. 피 끊을 그날이 어제는 막 소낙비가 퍼붓더니 오늘은 좋은 날세 올시다. 동저고릿바람에 언덕으로, 숲으로 하시구려 이렇게 가만가만 혼자 귀속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나는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는 아마도 진실한 세시의 계절을 따라 하늘만 보이는 울타리 안을 뛰쳐, 역사 같은 포지션을 지켜야 봅니다. 2025. 4. 24.
피할 수 없는 외로움 - 윤영환 피할 수 없는 외로움 어려서부터 외로웠다. 1년에 이사를 두세 번씩 다녀 친구를 사귈만하면 그 동네를 떠나야 했고 형제들은 터울이 많아 대화가 힘들었다. 누나와는 아홉 살, 형과는 일곱 살 터울이다. 누나는 틈만 나면 책을 무더기로 사와 무섭게 가르쳤다. 군대 저리가라였다. 배워야 한다고, 무식하면 사회에서 대접도 못 받는다고 정말 무섭게 나를 가르쳤다. 이사 갈 때면 책이 이삿짐의 절반이었다. 기댈 곳 없던 나는 오로지 어머니만 따라다녔고 어머니는 나를 안쓰러워했다. 그럭저럭 살다 마포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학창 시절 모두를 보냈다. 친구들이 많았고 임명장이란 임명장은 다 받았다. 공부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의 미소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싱가포르로 돈 벌러 가고 형은 주먹의 세계로 가.. 2025. 4. 15.
아내에게 - 윤영환 아내에게 - 윤영환 같은 하늘 아래 산다면너를 그리워하는 기쁜 매일을 살아가겠지언젠간 볼 수 있다는 매일의 희망이커피잔 위로 피어오르겠지그렇게아침을 웃으며 끌어안게 될 거야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또 다른 내일의 너를 기다리며 잠들 거야기약은 없어도 언제나 널 울어 댈 거야그렇게하루하루를 기쁘게 울며 살겠지 너는 아니?커피와 함께 내려지며뒤섞여 사라져 가는 눈물을두 손을 곱게 받쳐 들며 마시는검은 눈물을 하늘에선 어떠니나 어찌 사는지혹,넌 보이니? 2023.01 風文 2025. 4. 15.
windows 배경화면 71-80 2025. 4. 15.
제비꽃 연가 - 이해인 제비꽃 연가 - 이해인 나를 받아 주십시오 헤프지 않은 나의 웃음 아껴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 속엔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쁨을 키워 드리는 사랑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온통 봄빛으로 채우기 위해 어둠밑으로 뿌리내린 나 비오는 날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작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2025. 4. 15.
장 - 윤동주 장 - 윤동주 이른 아침 아낙네들은 시들은 생활을 바구니 하나 가득 담아 이고 업고 지고 안고 들고 모여드오 자꾸 장에 모여드오. 가난한 생활을 골골이 버려 놓고 밀려가고 밀려오고 제마다 생활을 외치오 싸우오. 왼하로 올망졸망한 생활을 되질하고 저울질하고 자질하다가 날이 저물어 아낙네들이 쓴 생활과 바꾸어 또 이고 돌아가오. 2025. 4. 15.
눈 - 김수영 눈 - 김수영요 詩人이제 抵抗詩는妨害로소이다이제 영원히抵抗詩는妨害로소이다저 펄펄내리는눈송이를 보시오저 山허리를돌아서너무나도 좋아서하늘을묶는허리띠 모양으로맴을 도는눈송이를 보시오요 詩人勇敢한 詩人~소용 없소이다山너머 民衆이라고山너머 民衆이라고하여둡시다民衆은 영원히 앞서 있소이다웃음이 나오더라도눈 내리는 날에는손을 묶고 가만히앉아계시오서울서議政府로뚫린國道에눈 내리는 날에는「삑」차도찦차도파발이 다 된시골 빠스도맥을 못 추고맴을 도는 판이니답답하더라도답답하더라도요 詩人가만히 계시오民衆은 영원히 앞서 있소이다요 詩人勇敢한 錯誤야그대의 抵抗은 無用抵抗詩는 더욱 無用莫大한妨害로소이다까딱 마시오 손 하나 몸 하나까닥 마시오눈 오는 것만 지키고 계시오……. 2025. 4. 15.
windows 배경화면 61-70 2025. 4. 8.
永田鉉次郞 (영전현차랑) - 김수영 永田鉉次郞 (영전현차랑) - 김수영 모두 별안간에 가만히 있었다 씹었던 불고기를 문 채로 가만히 있었다 아니 그것은 불고기가 아니라 돌이었을지도 모른다 神은 곧잘 이런 장난을 잘한다 (그리 흥겨운 밤의 일도 아니었는데) 사실은 일본에 가는 친구의 잔치에서 伊藤忠商事(이토츄상사)의 신문광고 이야기가 나오고 國境(국경)노 마찌 이야기가 나오다가 以北으로 갔다는 永田鉉次郞 이야기가 나왔다 아니 金永吉이 이야기가 나왔다가 들어간 때이다 내가 長門이라는 女歌手도 같이 갔느냐고 농으로 물어보려는데 누가 벌써 재빨리 말꼬리를 돌렸다. 神은 곧잘 이런 꾸지람을 잘한다 2025. 4. 3.
달밤 - 윤동주 달밤 - 윤동주 흐르는 달의 흰 물결을 밀쳐 여윈 나무 그림자를 밟으며 북망산을 향한 발걸음은 무거웁고 고독을 반려한 마음은 슬프기도 하다. 누가 있어만 싶은 묘지엔 아무도 없고, 정적만이 군데둔데 휜 물결에 폭 젖었다. 2025. 4. 3.
오늘의 약속 - 이해인 오늘의 약속 - 이해인내가 돌보지 못해墓碑(묘비)처럼 잊혀진너의 얼굴미안하다 악수 나눌 때나는 떳떳하고햇살은 눈부시다슬픔에 수척해진숱한 기억들을 지워 보내며내일 향해 그네 뛰는오늘의 행복문을 열어라나는 너를 위해한 점 바람에도흔들리는 풀잎새 옷을 차려입고떠날 채비를 하는나의 오늘이여착한 누이의 사랑으로너를 보듬으면올올이 쏟아지는 빛의 향기어김없는 약속의내일로 가라 2025. 4. 3.
오늘을 위한 기도 - 이해인 오늘을 위한 기도 - 이해인오늘 하루의 숲속에서제가 원치 않아도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참으로 두렵습니다.그러하오나 주님,이러한 제 자신에 대해서도너무 쉽게 절망하지 말고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가는끗끗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게 하소서.어제의 열매이며내일의 씨앗인 오늘하루의 일과를 끝내고잠자리에 들때는어느날 닥칠 저의 죽음을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것에 감사했습니다' 2025. 4. 2.
그 방을 생각하며 -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 - 김수영革命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없이 메말랐다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四肢(사지)일까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革命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狂氣―失望의 가벼움을 財産으로 삼을 줄 안다이 가벼움 혹시나 歷史일지도 모르는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財産으로 삼았다革命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意志의 殘滓 대신에다시 쓰디쓴 냄새만 되살아났지만방을 잃고 落書를 잃.. 2025.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