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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시인/윤동주5

자화상 - 윤동주 자화상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가만히 들여다봅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리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리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2024. 10. 21.
소년 - 윤동주 소년 -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섭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씃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골 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어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골 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은 어린다. 2024. 10. 18.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장이 하얗다.방안에까지 눈이 날리는 것일까,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든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국을 눈이 자꾸 나려 덮어 따라갈 수도 없다.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내 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2024. 10. 17.
별 헤는 밤 - 윤동주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 2024. 10. 16.
서시 - 윤동주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2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