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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식의 입관 - 천상병

by 풍문(風文) 2024. 10. 9.

김관식의 입관 - 천상병

  심통한 바람과 구름이었을 게다. 네 길잡이는
  고단한 이 땅에 슬슬 와서는
  한다는 일이
  가슴에서는 숱한 구슬
  입에서는 독한 먼지
  터지게  토해놓고,
  오늘은 별일 없다는 듯이
  싸구려 관 속에
  삼베옷 걸치고
  또 슬슬 들어간다.
  우리가 두려웠던 것은
  네 구슬이 아니라
  독한 먼지였다.
  좌충우돌의 미학은
  너로 말미암아 비롯하고
  드디어 끝난다.
  구슬도 먼지도 못되는
  점잖은 친구들아
  이제는 당하지 않을 것이니
  되려 기뻐해다오
  김관식의 가을 바람 이는 이 입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