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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천상병

by 풍문(風文) 2024. 10. 8.


편지
 - 천상병


1
  아버지 어머니, 어려서 간 내 다정한 조카 영준이도, 하늘나무 아래서 평안하시겠지요. 그새 시인 세 분이 그 동네로 갔습니다. 수소문해주십시오. 이름은 조지훈, 김수영, 최계락입니다. 만나서 못난 아들의 뜨거운 인사를 대신해주십시오. 살아서 더없는 덕과 뜻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주 사귀세요. 그 세 분만은 저를 욕하진 않을 겝니다. 내내 안녕하십시오.

2
  아침 햇빛보다
  더 맑았고

  전세계보다
  더 복잡하고

  어둠보다
  더 괴로웠던 사나이들

  그들은
  이미 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