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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二) - 김수영

by 풍문(風文) 2024. 10. 8.


꽃(二) - 김수영


꽃은 과거와 또 과거를 향하여
피어나는 것
나는 결코 그의 종자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설움의 귀결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설움이 없기 때문에 꽃은 피어나고

 꽃이 피어나는 순간
푸르고 연하고 길기만한 가지와 줄기의 내면은
완전한 공허을 끝마치고 있었던 것이다

중단과 연속과 해학이 일치되듯이
어지러운 가지에 꽃이 피어오른다
과거와 미래에 통하는 꽃
견고한 꽃이
공허의 말단에서 마음껏 찬란하게 피어오른다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