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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제사 - 천상병

by 풍문(風文) 2024. 10. 5.


아버지 제사
 - 천상병


  아버지 제삿날은 음력 구월 초사흗날
  올해도 부산에 못 가니
  또! 또!
  아버님 영혼께서 화내시겠습니다.

  가난이 천생인 것을
  아버지 영혼이시여 살펴주소서
  아버님 생전에
  "가난하게 살아야 복이 있다" 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버지는 젊을 때
  천석꾼이었는데
  일본놈에게 속아 다 날리고
  도일하여 돈을 버신 아버님

  아버지! 아버지!
  지금까지 생존하셨다면
  팔십이 살짝 넘으셨을 아버지
  오로지 천국에서 천복을 누리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