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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난은 - 천상병

by 풍문(風文) 2024. 10. 6.


나의 가난은 -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