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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마을 - 천상병

by 풍문(風文) 2024. 10. 5.


마음 마을 - 천상병

  내 마음의 마을을
  구천동이라 부른다.
  내가 천시요 구천만큼
  복잡다단한 동네다.

  비록 동네지만
  경상남도보다 더 넓고
  서울특별시도 될 만하고
  또 아주 조그만 동네밖에 안될 때도 있다.

  뉴욕의 마천루 같은
  고층건물이 있는가 하면
  초가지붕도 있고
  태고시대의 동굴도 있다.

  이 마을 하늘에는
  사시장철 새가 날아다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흰구름이 왕창 덮인다.

  이 마을 법률은
  양심이 있을 뿐이고
  재판소 따위로는
  양심법재판소밖에는 없다.

  여러 가지로 지적하려면
  만자도 모자란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마음 마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