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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 천상병

by 풍문(風文) 2024. 10. 2.


오후 - 천상병

  그날을 위하여
  오후는
  아무 소리도 없이

  귀를 기울이면
  그래도
  나는 나의 어머니를 부르며
  울고 있다.

  멀리 가까이
  떠도는 하늘에
  슬픔은 갈매기처럼
  날아가곤 날아가곤 한다.

  그것은
  그 어느날의 일이었단다.
  그 어느날의 일이었단다.

  그리하여
  고요한 오후는
  물과 같이 나에게로 와서
  나를 울리는 것이다.

  귀를 기울이면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