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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근처의 행복 - 천상병

by 풍문(風文) 2024. 9. 19.

광화문 근처의 행복 - 천상병

  광화문에,
  옛 이승만독재와
  과감하게 투쟁했던 신문사.
  그 신문사의 논설위원인
  소설가 오상원은 나의 다정한 친구.

  어쩌다 만나고픈 생각에
  전화 걸면
  기어코 나의 단골인

  "아리랑" 다방에 찾아온 그.
  모월 모일, 또 그랬더니
  와서는 내 찻값을 내고
  그리고 천 원짜리 두 개 주는데
  나는 그때

  "오늘만은 나도 이렇게 있다"고
  포켓에서 이천 원 끄집어내어
  명백히 보였는데도
  "귀찮아! 귀찮아!" 하면서
  자기 단골 맥주집으로의 길을 가던 사나이!

  그 단골집은 얼마 안 떨어진 곳인데
  자유당 때 휴간당하기도 했던
  신문사의 부장 지낸 양반이
  경영하는 집으로
  셋이서
  그리고 내 마누라까지 참석케 해서
  자유와 행복의 봄을
  꽃동산을
  이룬 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님!
  저와 같은 버러지에게
  어찌 그런 시간이 있게 했습니까?